그랜 토리노 (Gran Torino, 2008)

365일 집 앞에 걸려있는 성조기
서슴없이 꺼내드는 총
젊은이들을 향한 못마땅한 으르렁거림

어떤 이들은 이 기호학적 특성을 두고 보수주의가 만들어낸 미국의 영웅주의와 백인우월주의 담고 있는 영화라 표현한다. 그렇지만 내가 바라본 영화 속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모습은 그들의 주장처럼 ‘구원하는 자’가 아닌 ‘구원받는 자’에 더 가까워 보였다.

처음, 영화의 ‘한국 전쟁’이라는 키워드를 봤을 때, 이 작품 역시 감독의 전 작들 ‘아버지의 깃발’이나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와 같은 맥락의 전쟁을 겪은 인간의 상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했었다. 물론, 영화속에서 전쟁의 이야기가 빠지지는 않는다.

자신이 살기 위해 동료의 시체를 방패삼고, 처음보는 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알을 날렸던 전쟁에 참여했던 그는 극 초반 자신과 가족 그 누구도 구원할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구원받는 자’의 모습이란 바로 이러한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던 주인공이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회복되어 진다는 것을 두고 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이야기는 ‘지나간 전쟁의 상처’가 아니다.

그렇다면 감독이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얼핏 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 보이는 이 영화는 먼저, 미국 내의 다양한 인종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이 사는 곳은 일명 ‘위험한 동네’라 불리는, 미국이지만 동양인들이 더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 ‘위험한 동네’에 있는 다인종들은 서로를 향해 “이곳은 우리의 것이니 여기서 나가라”고 소리치며 총을 겨눈다.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 그리고 그들은 뚜렷한 색깔을 내타낸다. 흑인은 건들건들 'Yo~'를 내뱉고, 동양인들은 지신들의 예의만을 중요시하거나 나약하며, 백인들은 우월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또한, 반면에 영화는 이러한 뚜렷한 ‘나뉨’과 함께 ‘같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같음’이란 것이 ‘모든 인종이 같다’라는 뜻은 아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라는 말이 붙는 것들이라 할 수 있다.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 주인공의 ‘으르렁거림’의 상대는 미국인이 아닌 이들에게만 향하고 있지는 않다. 또한, 사회적 지위여부에 구애받지도 않는다. 다만, 자신이 바라보기에 ‘괜찮지 않은’ 모든 이들을 향한 ‘으르렁거림’일 뿐이다. 다시말해, 영화 속 자신의 죽음만을 기다리며 그랜토리노를 탐내는 친손녀의 모습과 갱단의 협박으로 그랜토리노를 훔치려던 타오의 모습은 다르지 않다라고 보는 것이 주인공의 시선이었을 것이다.

결국 이 영화는 다인종, 다문화주의의 상징인 미국. 이민자들에 의해 나라가 세워지고, 후에도 수많은 인종이 섞여 살고 있는 곳. 그곳에서 묻고 있다. 평등과 민주주의를 외치는 그들이 바라보는‘실상’의 다인종, 다문화주의란 어떤 모습인가?. 그리고 더 나아가 ‘함께 살아가는’ 이들로서의 다인종을 어떻게 바라보고, 화합해 가야 하는가? 
물론 그에 대한 답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친절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바로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자신이 연기한 한 노인의 마지막 생애를 빚대어 그려내고 있으니까.

by EJ | 2009/04/28 17:45 | 리뷰랄까요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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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부적응자 at 2009/04/28 21:05
괜찮은 영화였지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공화당 지지자고, 또 살아온 시대만큼 보수적인 마인드를 가졌을 법한데, 체인질링도 그렇고, 그랜토리노에서도 지금껏 제가 알고있는 보수주의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이 영화를 보고 진정한 보수주의가 무엇인지 알게되었습니다. 결국 흔히 말하는 좌파, 우파의 차이는, 누가 옳고 그르고, 누가 빨갱이고 누가 수구꼴통이냐가 아니라, 어떠한 문제에 대해,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를 이끌어내는 것에 있어서의 의견 차이가 아닐까 하네요. 우리나라가 현대에 들어서서 겪은 첫 전쟁이 하필이면 이념간의 전쟁이었다는 것이 참 슬픈 일입니다. 그 후로 5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두 이념은 전쟁 중이니 말입니다....
Commented by EJ at 2009/04/29 22:29
네:) 저도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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